대중문화 속 AI
AI 난임센터가 생긴다면?
2019/09/19 by 이수경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1] 부부는 전 세계 4850만여 쌍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가져도 1년 내 임신이 되지 않거나 임신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간의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의 발생, 정자와 난자의 수정, 배아[2]의 발달과 자궁 내 착상이라는 임신 전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라도 이상이 있다면 이는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난임 클리닉에서는 환자 몸 상태를 점검해 난임을 유발한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보조생식술[3]을 시도합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술(이하 체외수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그림 1]과 같습니다. 먼저, 여성에게 배란 유도 호르몬제를 투여해 과배란을 유도하고(1) 채취한 난자를 배양합니다(2). 성숙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뒤(3), 수정란을 배양합니다(4). 여성의 자궁 내 수정된 배아를 이식하고(5), 며칠 뒤 임신 여부(자궁 내 착상)를 확인합니다(6).

[ 그림 1 ] 체외수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도식화한 이미지 © newlifefertilityclinic

체외수정은 인공수정[4]을 비롯한 모든 방법에서 실패한 다음에 권고되는 방법입니다. 다른 시술과 임신율은 비슷하나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의료진은 인공수정에 여러 번 실패하거나 난임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비로소 체외수정을 시도합니다.

체외수정은 첫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이후 지난 41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매해 난임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그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죠. 오르비스 리서치(Orbis Research)에 따르면, 2019년 23억7000만 달러(2조8274억원)에서 2023년 50억6000만 달러(6조366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보조생식술을 받은 사람 모두가 임신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체외수정(신선배아 기준) 임신 성공률은 약 30% 수준입니다. 이 중 20%는 유산된다고 봤을 때 실질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확률은 15~20% 정도고요. 시술 횟수가 5회가 넘어서면서부터는 누적 출생률이 거의 증가하지도 않고 있죠.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종합해봤을 때 여러 번의 체외수정 시술은 환자에게 비용적, 시간적, 신체적 부담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체외수정 1회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체외수정된 배아의 등급을 예측하거나 건강한 정자를 골라내고 체외수정을 시도하려는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도구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죠. 구글(Google)의 딥러닝 알고리즘이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적 변이를 식별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난임 시술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체외수정 시술에 따르는 부작용에 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임신 및 출산 성공률을 높이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을 포함한 체외수정으로 따를 수 있는 법률적, 윤리적 문제도 따로 상세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인공지능이 좀 더 정확하게 임신 및 출산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때 난임 부부가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AI로 ‘상급’ 배아 선별하기

결함이 없는 체외수정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야 착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성공률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한 번에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기도 하죠. 문제는 모든 배아가 착상에 성공할 경우 다태임신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임신은 축복할 일이지만 이런 다태임신은 조산, 임신성 당뇨, 임신중독증 등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자궁에 이식 가능한 배아 수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배아만으로 임신이 이뤄져야 하기에 배아 배양팀은 품질이 우수한 배아를 구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배아의 발달 상, 세포분열 속도, 색과 모양 등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아를 측정해 그 품질을 상급, 중급, 하급으로 나눕니다.

그런데 의료기관마다, 연구원마다 배아를 선별하는 기준이 제각기 달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웨일 코넬 의과 대학(Weill Cornell Medicine)의 발생학연구실장인 니키차 자니노비치(Nikica Zaninovic)는 “배아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사실상 없으며 상당 부분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하죠.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인간의 눈으로 좋은 배아를 선별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은 작업인 셈입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PGD 또는 PGS) 과정에서 배아가 손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은 착상 전 배아에서 떼어낸 세포의 유전자를 진단하는 검사로, 염색체 이상과 연관된 습관성 유산을 방지하거나 유전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할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바늘로 세포 일부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배아에 손상을 가한다는 거죠. 유전적 질환이 없다고 결과를 얻더라도, 그 배아가 및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마당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도 큰 부담이 되고요.

[ 그림 2 ] 배아에서 추출한 세포로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는지를 판별한다. 그중 건강한 배아만 골라 자궁에 착상시킨다. © vinviTRA

종합하자면 성공적인 임신과 건강한 아기의 출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관찰 단계에서 배아에 가해지는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배아의 품질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이 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웨일 코넬 의과 대학 내 잉글랜더 정밀의학 연구소(Englander Institute for Precision Medicine) 책임자인 올리비에 엘레멘토(Olivier Elemento)는 "배아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이 인간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컴퓨터에는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며 판단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배아 관찰 과정을 자동화할 기회를 엿봤다”고 말했습니다. 셰필드대학교(University of Sheffield) 교수인 앨런 페이시(Allan Pacey) 또한 “배아를 촬영한 이미지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훈련한다면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는 패턴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죠.

자니노비치와 엘레멘토가 이끄는 연구팀은 딥러닝 알고리즘인 ‘STORK’를 개발했습니다. 알고리즘 훈련 및 검증에는 실시간 배아 관찰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현미경 관찰 방식과는 달리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배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표 1]처럼 모델 훈련과 검증에 활용한 이미지 데이터셋을 구축합니다.

[ 표 1 ] 연구팀이 모델 훈련과 테스트에 사용한 데이터. 데이터 편향성을 제거하고자 범주별 데이터 크기를 통일시켰다.

그 결과 알고리즘은 배아 촬영 이미지를 상대로 96.94%의 정확도를, 실제 배아에 대해서는 97.53% 정확도를 달성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인간 임상배아연구원(배아 배양사)을 능가하기도 했습니다. 394개의 배아의 품질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배아 배양사는 60.66%의 정확도를 달성했는데, 반면 STORK의 정확도는 95.7%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STORK가 여성의 임신율을 추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배아의 형태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배아의 품질과 임신율 사이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추론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다른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배아 선택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라이프 위스퍼리(Life Whisperer)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미셸 페루기니(Michelle Perugini)는 “전세계 12개 난임센터에서 확보한 1600명 환자의 이미지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훈련한 결과, 인간보다 31%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TORK는 중간 등급으로 평가받은 배아가 가진 잠재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STORK는 인간이 중급이라고 평가한 배아를 상급(82%) 하급(18%)으로 분류했습니다. 확인해보니 각 그룹의 임신율은 각각 61.4%와 50.9%였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간은 모르는 기준을 가지고 고급 배아와 저급 배아를 구별했다고도 해석해볼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임신율이 지금 수준보다 더 높아지고 낮아져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만, 좀 더 다양하면서도 많은 데이터셋을 활용한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배아의 유전자 이상을 감지하는 모델은 현재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현재의 착상 전 유전진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도 배아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엘레멘토는 “배아가 세포 분열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운증후군을 일으키는 염색체 이상 징후에 대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배아의 분열 형태만으로도 이를 탐지하는 신경망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자 찾아 삼만리, AI로 해결한다

체외수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난자와 정자입니다. 씨가 없으면 싹을 틔울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정자의 수가 부족하고 또는 아예 없을 때는 정자와 난자를 배양접시에 올려놔도 수정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포배양팀은 한 마리의 정자를 난자 세포질 내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ICSI)으로 수정을 시도합니다.

[ 그림 3 ] 종래의 체외수정 방식에서는 배양접시에 정자와 난자를 올려두고 수정을 기다린다(왼쪽). 하지만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간이 임의로 난자에 한 마리의 정자를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오른쪽).

수정과 임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양질의 정자를 선별하는 일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실제로 좋은 정자를 보조생식술에 활용했을 때 임신 성공율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죠. 하지만 양질의 배아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작업 또한 과부하를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정자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는 했어도 임상의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부분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자를 선별하는 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산부인과 중 하나인 도쿄 디케이카이 의과대학 산부인과와 공동연구에 착수에 착수한 올림푸스(Olympus)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그림 4]). 최대 1만 건의 학습 데이터로 정자의 모양과 운동성 등을 종합 평가해 양질의 정자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죠. 올림푸스는 공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 자회사인 LPIXEL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자 선별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정자의 형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외양만 보고선 그 사람의 성품과 됨됨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유추하기 힘든 것처럼 현미경만으로는 정자가 얼마나 힘이 센지, 얼마나 달려갈 수 있을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를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DNA의 손상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로 정자의 '내면'을 판단해볼 수도 있습니다. 정자의 DNA는 배아 발달 및 임신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손상된 DNA를 가진 정자는 배아 발달 과정에서 장애를 초래해 착상 실패의 원인이 되거나, 또 착상에 성공하더라도 초기 임신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만들죠.

하지만 DNA 검사 과정은 착상 전 유전진단과 마찬가지로 정자에 손상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정자를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정자의 DNA 손상 여부를 판별할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네이처지(Nature)에 실린 논문에서는 6명의 기증자로부터 획득한 정자세포 이미지를 가지고 DFI(DNA Fragmentation Index)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를 다뤘습니다. DNA 손상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DFI가 높을수록 손상된 정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림 4]에서처럼 아크리딘 오렌지(AO)로 염색한 이미지에서 획득한 DFI 라벨과 같은 영상을 밝게 처리한 버전에서 추출한 정자 머리 이미지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모델에 학습시켰습니다.

[ 그림 4 ] 정자의 세포핵을 염색한 이미지에서 추출한 DFI 라벨 정보와 같은 영상을 밝게 처리한 버전에서 추출한 정자 머리 이미지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 이 모델은 비염색 데이터만으로도 DFI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모델은 비염색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DNA의 정상 이중 구조를 가진 정자(녹색)와 비정상 한 가닥 구조를 가진 정자(적색)를 비교적 높게 분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정자증을 가진 환자의 고환에서 떼어낸 조직에서 정자와 다른 세포를 구분하는 데도 인공지능이 활용됩니다. 고환에서 떼어낸 조직에는 다양한 세포가 섞여 있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자를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환 조직을 촬영한 현미경 영상에서 정자를 식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인간과 비교했을 때 정자를 식별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다만 관련 연구가 지속해서 이어진다면 난임 시술에 활용할 정자의 회수 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공지능으로 개인별 임신 가능성 예측하기

시술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정해진 날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거나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죠. 호르몬 변화로 인해 육체적, 심리적으로 크게 불안한 상태에 놓이는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감정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시술임에도 불구, 이를 결정하려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난임 클리닉에서 제공하는 임신 성공률이 하나의 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예로, 고령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클리닉의 평균 임신 성공률은 낮아지고 젊은 환자가 많이 왔다면 평균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겠죠.

나이로 체외수정 성공률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임신 나이는 26세에서 30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난포 수가 줄어들고 호르몬 자극에 대한 난소 반응이 약화하는 등 생식 능력이 감소하죠. 그런데 어떤 여성은 나이에 비해 난소 나이가 낮으면 임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고, 또는 나이에 비해 난소 나이가 높으면 임신 가능성이 작을 수 있습니다. 유니브피(Univfy)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마이렌 야오(Mylene Yao)는 "두 여성이 단지 같은 연령대라는 이유로 같은 성공 확률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죠.

이런 경우 특히 나이가 든 환자는 낮은 임신 확률로 인해 체외수정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각종 통계적 추정치가 시술에 임하는 환자의 심리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심리는 시술 효과를 떨어뜨려서 더 큰 상실감을 안기고 있죠.

마이렌 레오는 "환자는 왜 임신이 안되는지,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 매우 타당한 질문을 건넸었다"며 "이런 환자에게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돕고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숫자를 제공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몇 가지 지표로 한 개인의 체외수정 성공률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수많은 건강 정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인화된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나섰습니다. 지난 2009년 산부인과 의사인 마이렌 야오가 스탠포드 대학교 통계 및 건강학 교수인 윙 웡(Wing Wong)과 함께 유니브피를 설립한 배경입니다.

[ 그림 5 ] 유니브피는 난임 환자의 신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체외수정 시술 횟수에 따른 성공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c)unify

이들이 만드는 솔루션은 여성 환자의 나이, 진단 검사[5], 체질량 지수(BMI), 난소기능검사(AMH), 출산 이력, 남성의 정액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이를 토대로 수천 명의 데이터와 비교해 예측값을 내놓습니다. 회사는 이 방식을 통해 테스트 대상의 절반 이상이 연령 추정치보다 더 높은 체외수정 성공률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른 체외수정 성공률을 예측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시술에 임하는 환자의 용기를 북돋고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심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환자마다 다른 난임 원인과 생식 특성에 따라 더 적합한 약제와 최적화된 시술 계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술 효과를 높여볼 수 있겠죠.

생식건강 클리닉 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세레나 첸(Serene Chen)은 “체외수정 시술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를 갖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것"이라며 "환자에게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유티브피는 데이터 기반의 정보를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도구"라고 평가했습니다.


난임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AI가 탄생하길

물론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조생식술을 임상에 도입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STORK 알고리즘이 제한된 환경에서만 잘 동작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죠. 다른 한편으로는 편향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이 평가한 배아의 임신과 출산 여부를 추적하는 등 엄격한 심사 절차를 통과하기까지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난임의 이유가 '외부'에 있다면 인공지능으로 확률적 수치는 높일 수 있을지언정 실제 임신과 출산에는 유효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궁이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가 아닌 상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궁내막에 염증이 있거나 혈전으로 자궁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상급의 배아로도 임신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반면 자궁이 건강하다면 하급의 배아로도 충분히 임신이 가능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체외수정을 비롯한 다양한 보조생식술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몸을 분석해본 결과 이번 차수에서는 35% 성공률입니다. A라는 처방과 B라는 식이요법을 병행한다면 이 수치를 최대 43%까지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에서 보듯이 보다 구체적이며 정량적인 코멘트가 제공될 수 있다면 자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채택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임신과 출산에 적합한 외부 환경을 조성하고 나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좀 더 건강한 배아를 선택할 수 있다면, 환자로부터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채취함으로써 난임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다면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의 시름을 더는 데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겠죠.

“시술 성공률이 가장 높은 클리닉을 가고 싶었으나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난임 관련 온라인 카페를 보다가 이곳이 가장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난임 부부는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붙들어 매고 있습니다. 이처럼 난임 부부가 흔히 겪는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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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다양한 보조생식술의 발달로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단지 어려운 상태라고 보고 불임(不姙)을 난임(難姙)으로 공식 표기하고 있다.
[2] 수정란이 첫 번째 세포분열을 시작하여 태아가 되기 전까지의 상태를 일컫는데, 사람의 경우에는 임신 8주 전까지를 가리킨다.
[3] 난자를 체외로 꺼내 난임 치료에 이용하는 시술을 총칭한다.
[4] 난소에 과배란을 유도하고 양질의 정자를 자궁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
[5] 환자의 혈액, 소변, 체액, 조직 등의 검체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 방법
이 글을 쓴 사람들
samantha.lee
이수경
지난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치는 세기의 대결을 취재한 것을 계기로 인공지능 세계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인공지능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쓰고자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는 분야별 인공지능 전문가와 함께 기술 콘텐츠를 생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 사회에 대한 글은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