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n pop-culture
꿀벌 드론
2018/01/31 by 이수경 김태규 김대원 카카오 정책지원파트

영화 |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라마 | 블랙미러 : 미움받는 자

꿀벌=생명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다(If the beed is appeared off the face of the Earth, man would only have four years left to live.)[1]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AlbertEinstein). 이 말은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사람이 먹는 작물이나 과일 상당수는 꽃의 수술에서 암술로 꽃가루를 옮기는 과정을 거쳐 종자(식물의 씨 또는 씨앗)로 번식한다. 이 꽃가루를 옮기는 매개체 상당수가 곤충이다. 그 중에서도 꿀벌이 세우는 공은 실로 대단하다.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가 꿀벌에 수분(受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2].

벌이 인간과 동물이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본다면 아인슈타인의 말이 마냥 헛소리는 아니다. 이런 상징성은 SF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이 ‘생명(life)’을 가리키는 메타포(metaphor)로 활용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첫 장면에서 주인공 ‘K’의 손등에 오른 벌과 스텔리네 박사가 관찰한 가상의 곤충이 바로 그 예다. 진짜 생명을 만난 주인공 K는 사실 리플리컨트(Replicant, 복제인간)[3]이고, 가짜 생명을 만난 스텔리네 박사가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벌은 거의 모든 생명이 죽은 세상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생물권(biosphere)의 회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마지막 부분에서 벌이 날아드는 장면, 그리고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소설 ‘로드(The Road)’에서 주인공 ‘소년’이 곤충[4] 한 마리를 발견하는 모습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 그림 1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포스터(왼쪽)와 도서 ‘로드’ 표지(오른쪽)


사라지는 꿀벌, 이를 대신하는 드론

‘생명’을 상징하는 꿀벌의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봉군붕괴증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 2006년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이후, 유럽과 남미 등 많은 지역에서 꿀벌 밀도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5]. 미국 농무부(USDA)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이후 CCD로 인해 최소 25%의 꿀벌 군집이 사라졌을 정도다. 1994년 사이언스(Science)지에는 꿀벌 감소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크다는 기고문[6]이 게재되기도 했다.

[ 그림 2 ] 미국 농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CCD가 강타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의 꿀벌 밀도가 감소했다.

다행히 우리 나라의 경우 전형적인 CCD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동양종 꿀벌(Apis cerana)에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virus)이 발생하여 2010년 피해율이 90%에 육박한 바 있으며 현재도 그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사람이 브러시를 이용해 꽃가루를 직접 옮기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한 사람당 하루에 5~10그루의 나무를 겨우 수분하는 정도다. 수천 개의 꽃나무를 대상으로 한다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반 농가에서 인공 수분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벌의 멸종에 대비하여 벌의 ‘수분’ 능력을 대체하는 기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의 연구원 에이지로 미야코(Eijiro Miyako)가 곤충만한 크기의 인공 수분이 가능한 드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드론은 말 털을 이용해 꽃가루를 모으는 벌의 잔털을 모사했다. 이 털에 이온성 액체 젤을 바르고 전하(electric charge)를 공급하면 꽃가루가 털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아직은 사람이 직접 원격 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새로운 버전의 프로토타입에서는 인공지능 및 GPS,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하여 꽃이 있는 곳까지 자율 주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그림 3 ] 꽃의 수분을 돕기 위해 개발된 꿀벌 드론


꿀벌 드론, 살상 무기로 변모하다

[ 그림 4 ] 블랙미러 시즌 3, 6화 ‘미움받는 자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의 시즌3 6화 ‘미움받는 자(Hated In the Nation)’[7]에서도 미야코 연구원이 개발한 것과 유사한 곤충 드론이 등장한다. 영국 정부는 민간 기업인 그래뉼라(Granular)에 투자해 멸종 위기에 놓인 벌을 대신해 꽃가루를 옮길 ADI(autonomous drone insect)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처럼 자연 생태계 복원을 위해 만들어진 드론이 살상(殺傷)에 활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극 중에서 ADI는 악의를 가진 해커에 의해 생명을 죽이는 도구로 악용된다. 내막은 이렇다.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가 온라인 ‘저격’ 글로 자살 시도까지 한 모습을 본 그래뉼라 전(前)직원 ‘그렛’은 트위터(Twitter)상에서 타인의 죽음을 기원하고 이를 퍼 나른 사람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친다는 미명 하에 ‘#DeathTo(~에게 죽음을)’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38만 7,036명의 사람을 ADI로 살해하는데 이른다.

[ 그림 5 ] 블랙미러 시즌 3, 6화 "미움받는 자’에서 트위터 이용자들이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심판하려는 목적으로 #DeathTo 태그 놀이를 자행한다.

드라마 속 장면이긴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총격 및 테러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봤을 때 이런 자동화 기기가 대규모 살상에 사용될 개연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사물을 인식해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만큼 테러에 투입되는 시간은 줄고 그 피해 규모가 커지게 된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드론은 살상 무기나 도촬용 도구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다. 군사용 무인 정찰을 목적으로 드론을 처음 개발했다는 점이 드론의 살상용 무기 활용 가능성 전망을 뒷받침하고 한다.

킬러 로봇 금지 캠페인(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에서 공개한 ‘도살자 로봇(slaughter bots)’이라는 7분 짜리 영상을 통해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고급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도살자 로봇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프로필 사진을 학습해 대학생을 집단 테러하는 데 사용된다. 해당 캠페인을 진행한 시민 단체는 “저비용 센서와 인공지능이 진화를 계속하면 살인 로봇의 현실화는 진정한 위험이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그림 6 ] 유튜브 영상 "도살자 로봇’ 중 한 장면

유럽과 미국의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킬러 로봇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2015년 영국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 얀 탈린(Jaan Tallinn),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등이 공개 서한을 발표, 유엔(UN)이 킬러 로봇 무기에 대해 공식 논의를 하도록 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구글알파벳(Alphabet)의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등 전 세계 26개국의 AI와 로봇 관련 기업 CEO 116명이 UN에 공개서한을 보내 로봇 무기 금지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총기와 핵무기로 점철됐던 세계 대전이 인공지능으로 재점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모바일 로봇 개발사인 클리어패스로보틱스(Clearpath Robotics)의 창립자 라이언 가리피(Ryan Gariepy)는 “공상과학(SF)적 상상에 머무는 다른 인공지능 기술과는 달리 자동화 무기 시스템은 지금 현재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필요 조건

개발자의 윤리를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드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관이나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지상 위를 비행하고 외란 및 천재 지변 등 다양한 변수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드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발자에게는 이 문제를 끈질기게 해결해 나갈 인내심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드론 시장과 기술 개발 성장의 촉진을 위해 국회와 연구·개발진 간 소통과 공감의 장 또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미국[8]은 4차 산업관련 전문 기술진과 법조인,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인 후 논의를 통해빠르게 변화해 가는 시대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한 바 있다.

우리 나라 또한 이런 회의를 통해 단순히 안전 혹은 윤리적 법안 마련 및 제도화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국내 기술 산업 발전 속도와 방향에 부응하면서도 동시에 경쟁력 또한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드론 산업이 잠재력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부담감이나 충돌 및 추락 사고에 대한 우려, 법적 제도의 미비 등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드론의 역사[9]

김대원 카카오 정책지원파트

드론(drone)은 무인 항공기의 별칭이다. 드론이라는 단어가 무인 항공기에 붙여지게 된 계기는 ‘소리’로서가 아닌 ‘수컷 꿀벌’이란 뜻에서 기인했다. 무인 항공기라는 뜻의 ‘드론’은 1946년 11월에 미국에서 발간된 포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지에서 대중적 사용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드론이라는 단어는 외래어로서 국어 사전에는 아직 등재되어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순화어로서 드론 대신 ‘무인기’를 사용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용례로서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 항공기를 이르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드론’이란 용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기 전에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이란 약어로 ‘무인 항공기’가 일컬어졌지만, 지금은 해당 비행체들이 ‘드론’으로 통칭된다.

드론은 본래 군사적 용도에서 시작되었다. 드론의 외연을 무인 비행체까지로 확대한다면, 군사 목적으로 쓰인 최초의 드론으로 1849년에 사용됐던 무인 열기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와 전쟁 중이었는데, 베니스를 공격하기 위해 열기구에 폭탄을 실어 날려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기구 형태의 드론은 지상에서 조종을 하지 않았고, 내연기관에 의한 동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무인 항공기’라는 현대적 의미와는 상이하다.

현대적 의미로서 최초의 드론으로는 1916년 세계 1차 대전에 사용됐던 표적용 무인비행체 ‘러스턴 프록터 에어리얼 타겟(Ruston Proctor Aerial Target)’을 들 수 있다. 이 드론은 AM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하여 조종을 했으며 적군의 항공기로 가정하여 아군이 직접적으로 타격훈련을할수있게 만든 표적용 무인항공기였다.

드론은 군사 목적용으로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현대의 군사용 드론들은 독립된 체계를 이루거나 우주 혹은 지상 체계들과 연동하여 운용되는 형태로 발전했다. 드론은 활용 분야에 따라 다양한 장비(광학, 적외선, 레이더 센서 등)를 탑재하여 감시, 정찰, 정밀 공격 무기의 유도, 통신/정보 중계, 전자 공격/전자 방어, 유인 등의 임무를 수행하거나, 폭약을 장전시킨 정밀 무기 자체로도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어 향후 미래의 주요 군사력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참고
[1] 사실 아인슈타인이 이 말을 했다는 그 명확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잉글랜드 베일즈의 생태수문 연구소(Centre for Ecology and Hydrology)의 생태학자 마이클 포커쿡(Michael Pocock)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이라면 이런 말을 해봄직했을 거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2] Bradber, N. (2009). BEES AND THEIR ROLE IN FORESTLIVELIHOODS-8.THE VALUE OF BEES FOR CROP POLLINATION,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Rome.
[3]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류를 지칭하는 대명사
[4] 소설에서는 어떤 곤충이 날아 들었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묘사가 없다. 다만 세간에서는 이 곤충이벌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5] (1) VanEngelsdorp,D., et al. (2007). An Estimate of Managed Colony Losses in the Winter of 2006 - 2007: A ReportCommissioned by the Apiary Inspectors of America. American Bee Journal. 147. 599-603. (2) Ellis,J. D., Evans, J. D., & Pettis, J. (2010). Colony losses, managed colony population decline, and ColonyCollapse Disorder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Apicultural Research, 49(1), 134-136. doi:10.3896/ibra.1.49.1.30 (3) Neumann, P., & Carreck, N. (2010). Honey bee colony loss. Journal of ApiculturalResearch. 49. 10.3896/IBRA.1.49.1.01
[6] Pollination Worries Rise As Honey bees Decline, Science, Vol 265, 26 August 1994
[7] 지금까지 공개된 블랙미러 에피소드 중 러닝 타임이 가장 긴 90분이다. 이 정도면 사실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8] 지난 2016년 5월 과학기술정책국(OSTP)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내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소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여러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주제에에 기술과 정책적 조언을 제공하며 산업 및 연구 공동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일어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모니터링하려는 목적에서다.
[9] 드론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해 편집자가 덧붙인 글이다. 드론의 영상 수단으로서의 활용에 대한 추가적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래 논문을 추천한다. 이재섭·김대원 (2017). 드론 저널리즘의 효과와 문제에 대한 인식 연구. <한국방송학보>, 31권 4호, 130-169. 앞선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드론 운용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한계도 상술되어 있다.
이 글을 쓴 사람들
samantha.lee
이수경 | samantha.lee@kakaobrain.com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치는 세기의 대결을 두 눈으로 목도한 이후 인공지능을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인공지능 본진이자 연구소인 카카오브레인으로 걸어들어온 이유죠. 인공지능 기술과 이로 인해 바뀔 미래 사회를 다루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bryan.robot
김태규 | bryan.robot@kakaobrain.com
어린 시절 공상만화영화 속 로봇을 보며 키워온 꿈인 로봇공학자를 실현하고자, 카카오브레인에서 AI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로보틱스 분야의 문제점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다 대중성이 있고 안전한 로봇을 개발하여 1가구 1로봇 세대를 이루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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