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n pop-culture
고독의 시대와 AI
2018/03/31 by 이수경

영화 | 그녀

영화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1]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최신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물론,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문명’에 24시간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인간 본연의 소통 능력이나 기회는 점차 퇴색되어 간다.

기술이 만들어 준 끊임없는 연결에 강박적으로 빠져들게 된 이유다. 사람들은 쉴새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최신 뉴스를 읽는다. 때로는 아무 의미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켜지만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최신 알림을 기다릴 뿐이다.


외로운 현대인, 연결에 중독되다

스마트폰 속 다른 사람의 ‘글’이나 ‘반응’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같이 밥을 먹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세상과 연결될수록 되려 자신을 고립시키는 모습이다. 이처럼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인간을 두고 신현림 시인은 다음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전부 스마트폰 귀신이 달라붙었어. 그 덩어리를 아예 몸에 달고 살지. 빨간 해도 은빛 달도 찬찬히 보고 기뻐할 새도 없단다. 먹고사는 일로 바빠서지만, 그래도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계만 붙잡고 산단다. 그 귀신이 씌이면 어영부영 시간이 가거든. 한 시간에 몇 번씩 비밀번호를 찍고 열어보는지 놀랄 정도야. 인터넷도 끌 줄 모르고, 핸드폰도 멀리 둘 줄 몰라. 자신을 위해 시간을 비워둘 생각조차 없어. 어떻게 쉬는 지도 모르고.”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中⎦

쉐리 터클(Sherry Turkle)[2]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는 기술이 잠시라도 외롭다고 느끼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고독의 감정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 인간은 연결된 세상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높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터클 교수는 ‘나는 공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share therefore I am).’를 통해 현대인의 사고 및 행동 방식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 그림 1 ] "나는 공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근원적인 질문을 먼저 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고독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다. 고독감은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었다는 주장[3]이 있다. 실제로 인간 심리와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는 인간이 가장 참기 힘들어하는 심리적인 고통이 바로 타인과의 분리감, 즉 외로움이나 고독감이라고 말한다. 이 고통을 해소하고자 인간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 생존 가능성을 높여 왔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에 ‘사회적 두뇌’ 이론을 개발한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연구[4]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인원 뇌에서 신피질의 비중이 집단 규모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150명 이상의 집단을 이루어온 인간의 신피질 비중이 다른 영장류보다 크다. 이렇게 되면 자식 세대들은 부모로부터 생존 지식을 배우고, 생물학적으로 진화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된다. 달리 말하면, 살아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고독이라는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고자 집단을 이루며 살아 온 인간은 지역, 직장, 가족과 같은 커뮤니티가 옅어짐에 따라 더 큰 외로움에 빠져든다. 일상에서 물리적으로 타인과 접촉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이 1995년 평균 가구원 수는 3.4명이고, 2016년에는 2.51명으로, 가구당 사람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낮아지는 출산률은 물론, 1인 또는 2인 가구의 형태가 늘어난 것과도 유관하다. 심지어 건강도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긴밀할수록 행복하고 건강하고 더 오래 살지만, 자신이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고독을 느끼면 뇌 기능이 일찍 저하되고 수명이 짧아지는 등 건강하지 못하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 표 1-1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 중 연도별 대한민국 가구 수[5]
[ 표 1-2 ] 통계청 연구주택총조사보고서 중 연도별 가구원수별 규모[6]
[ 표 1-3 ] 통계처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 중 연도별 전국 평균 가구원 수[7]

이렇다 보니 개인은 자신의 고립감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소속감을 느끼고자 온라인으로 관계를 맺는 데 지나치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넘쳐 흐르는 소통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맺는 관계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타인보다 우월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소통보다는 자기 소모에 더 가깝다[8]. 호주에서 SNS 스타로 유명세를 날렸던 에세나 오닐(Essena O’neill)이 더 좋은 몸매와 더 멋진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다고 이야기한 것에서 보듯이 말이다.


고독감을 달래줄 미래형 AI

이러한 폐해 속에서도 여전히 현대인들은 사람보다는 기술에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바라게 된다. 어떤 이들은 애플 아이폰에 내장된 음성 인식 비서 시리(Siri)가 제일 친한 친구였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외면할 때, 바쁘다고 나를 만나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내 말을 들어줄 존재이길 바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버전의 시리나 구글 나우(Google Now)를 고려한다면 컴퓨터와 우정을 나누거나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감정적인 교감이 일어날 정도로 대화가 잘 이뤄지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림 2 ] 시리와 대화를 나누는 화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과 상호 교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또는 육체를 갖춘 사물이 점차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론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이러한 사물 등에 탑재하여 상대방과 교감한 후 이렇게 교감한 내용을 학습해 나가는 로봇 또한 만들 수 있다. 만약 충분히 지능적으로 만든다면 이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사용자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칭찬을 해주는 등 사용자와 상호 교감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공상과학적인 상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영화 <그녀(Her)>다.

영화 ‘그녀’는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현대인이 공유하는 고독을 기술로 해결해 보려는 시도를 다룬 영화[9]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교성이 다소 부족한 주인공 테오도르(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아내와의 이혼으로 우울해 한다. 고객을 대신해 사랑을 고백하거나 감사 편지를 쓰는 일조차도 테오도르의 심드렁한 마음을 예전처럼 만들진 못한다. 그러다가 초지능 운영 체제를 사면서 테오도르의 일상은 180도 변한다. 음성 명령으로 동작하는 운영 체제인 사만다(배우 스칼릿 조핸슨)는 테오도르의 감정을 학습하며 진화해 나간다. 사람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하던 테오도르는 사만다로부터 위로를 받고 결국엔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 그림 3 ] 영화 "그녀"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Lars and the Real Girl)>에서는 리얼돌(Real Doll)과 사랑에 빠지는, 엉뚱하지만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라스(배우 라이언 고슬링)는 형과 임신한 형수가 사는 옆집 차고에서 혼자 산다.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는 여자 동료의 호의 또한 모른 척하고, 매번 식사에 초대하는 형수마저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피하기 급급할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갖췄다. 그러던 어느 날, 라스는 자신의 여자 친구라며 ‘비앙카’라는 리얼돌을 가족에게 소개한다. 라스는 리얼돌을 단순한 인형이 아닌, 실제 사람처럼 대하며 교회와 직장 파티에 데려가고 어릴 적 즐겨 놀던 호숫가에서도 데이트를 즐긴다.

사실 내게 사랑스러운 그녀에 등장하는 리얼돌은 인간의 외형적인 모습을 흉내 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그녀’의 사만다와는 달리, 비앙카에게는 사용자의 행동이나 패턴을 학습하는 인공 두뇌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연도가 2007년임을 감안한다면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당연한 이야기다. 2018년 버전의 리얼돌은 보다 공상과학적 상상물에 더 가깝다. 리얼돌에 AI를 탑재해 인간이 사랑을 나눌 때 수반되는 행동과 반응을 흉내내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어비스 크리에이션즈(Abyss Creations)는 하모니(Harmony)라는 AI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학습해 인간과의 상호 작용 능력을 높여 나간다. 향후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눈을 맞추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그림 4 ] 어비 크리에이션즈의 자회사인 리얼보틱스(Realbotix)의 CEO인 맥트 맥멀렌(Matt MacMullen)과 하모니

지금의 사회상을 봤을 때는 이들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의 형태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불신하고 새로운 사람은 상대방의 상처에 질려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그 수단으로서 AI 운영 체제(정신적인 교감) 또는 리얼돌(육체적인 교감)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방적으로 내 말을 들어 주고, 내게 무엇인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나를 기만하지도 않고, 내 상황에 모든 것을 맞춰 주기 때문이다.


리얼돌(Real Doll)

지난 1996년 리얼돌(Real Doll)이라는 회사가 세계 최초로 인간과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인형을 생산해 냈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등장하는 비앙카가 바로 이 리얼돌이 만든 제품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근래에는 인간 육체의 모양이나 기능과 매우 비슷한 인형을 뜻하는 대명사로 활용된다. 이런 제품은 인간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섹스돌(sex doll)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술이 해결책이 될까?

성적인 만족감을 차치하고서라도 가까운 미래에 AI를 탑재한 무언가가 진정한 의미의 소통 방식으로 자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의구심이 생긴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컴퓨터나 전화, 인스턴트 메시지, 소셜미디어 등처럼 다른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호 교감적인 측면에서 큰 부재를 느낀다. 이런 가운데 AI 로봇이 특정한 기능을 대용하는 것만이 아닌 동반자 역할까지 함께 하게 된다면 사회적인 고립감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온종일 집에 앉아서 AI 로봇과 대화도 나누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게 되면 소셜 능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다는 게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견해다.

소모나 주립 대학교(Sonoma State University)의 철학과 교수인 존 설린스(John Sullins)는 로봇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일수록 인류로부터 더 크게 심화된 고립감을 느끼리라 예측했다. 또한, 로봇과 관계를 맺는 것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쉽다는 점에서 인간 관계를 맺는 일을 등한시 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 것에 인격을 부여하고 가짜 행복을 찾아가며 현실에서 도피한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른 위협도 있다. 정보의 비대칭은 권력의 비대칭 문제로 급부상하고 개인의 인격과 자아를 침해할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런 AI 로봇은 사용자의 몸짓, 목소리, 감정, 기억을 모두 공유한다.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수록 사용자의 성격과 특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간파할 수 있다. 사용자를 더 많이 알아가는 AI와는 달리, 인간은 AI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AI의 블랙박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AI의 블랙박스’ 문제는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제기돼 왔던 개인정보보호 이슈와는 결이 다른 문제다. AI가 데이터화 할 대상은 인간의 자아 그 자체다. 이 자아가 통째로 해킹이 된다면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음은 당연지사다.

부차적으로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디지털화한 리벤지 포르노(당사자의 동의 또는 인지 없이 배포되는 음란물 화상 또는 영상)를 제작해 온라인에 유포하겠다며 돈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민감한 사생활의 대외적인 노출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실제로 기혼자의 불륜 조장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의 해킹으로 데이터가 유출 당한 일부 피해자들은 자살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위협으로는 해킹당한 로봇이 그 자체 무게로 사람의 흉부를 압박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기술적 불안정함이 AI와 정서적, 육체적으로 교감할 미래로 나아가는 걸 막지는 못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한다면 어쩌면 바뀌어야 할 것은 사람의 고정관념 또는 편협일지도 모른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등장하는 그루너 부인은 리얼돌과 사랑에 빠진 라스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샐리 사촌은 고양이한테 옷 입히고 헤이즐 조카는 UFO 클럽에 돈 쏟아붓고.. 당신 죽은 부인은 도벽이 있었잖아.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어." AI 로봇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볼 만한 요소가 있는지 재고할 만한 대화다. 누군가 한 번쯤 사람이 아닌 무엇인가에 한 번쯤 미쳐 본 경험에 의거해 본다면, AI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대수롭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못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 들이지 못했을 때 이들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돌 덕후, 애플 덕후들이 공존하는 이 사회에서 AI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을 과연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고 멸시할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AI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조건은 영화에서처럼 라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앙카를 사람처럼 대해주는 따스한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사실 라스는 망상 장애(delusional disease)를 앓았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다가 사망한 것이 어린 시절부터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어린 시절 형이 자신과 아버지를 두고 도망간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살았고 평생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 형수가 출산에 임박하게 되고 주변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라는 압박을 주자 병이 발동했다. 다행히 라스의 마을 주민과 직장 동료는 라스를 물심양면으로 돕고자 비앙카를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받아 들인다. 마지막에 라스는 비앙카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핵심은 AI와 같은 매개물과 사랑이나 우정에 빠지는 행동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커뮤니티’가 가진 힘에 대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관계가 일상적인 미래가 될 것에 대비해, 새로운 부류의 관계를 설정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인간 커뮤니티로 포용할 것인지 근원적인 방법론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AI 로봇을 그 또는 그녀라고 부르게 되는 시대가 됐을 때 우리는 어떤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에게도 과제가 있다. 자립을 위해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혼자 인생을 마주할 용기를 찾지 않으면 궁극엔 고립하게 된다. 고독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가진 숙명이기도 하다. ‘인생이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라는 표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혼자일 수 없다면 더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덜 외로워지는 게 아니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또한 찾아야 한다. AI 로봇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미래 사회에서도 우리 인간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마이클 해리스(Michael Harris) 작가는 혼자 시간을 보냄으로써 새 아이디어, 자신에 대한 이해, 타인과 가까이 있기와 같은 정신적 자원을 수확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단, 인간이 홀로 있음을 두려워하도록 교묘하게 가르쳐 온 신기술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 시대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외로움이라 부르는 실패한 홀로 있음과 대비되는 진정한 홀로 있음은 비옥한 영토지만,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활동할 여지를 만들어주고, 그 텅 빈 공간 안에 필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들은 우리의 사회적 삶의 섬광과 행동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다. 내 탐색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한때는 적어도 한 시간씩은 내가 누릴 수 있었던 확실함, 차분하게 격리되어 있는 느낌을 기억해냈다. 나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기다리기가 힘들 지경이다. - "잠시만 혼자 있겠습니다" 中⎦


참고
[1] 사물, 공간 등 모든 것들(Things)이 인터넷(Internet)으로 서로 연결돼,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생성·수집되고 공유·활용되는 사회를 뜻한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인간 대 인간은 물론, 기기와 사물 같은 무생물 객체와도 상호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 변화할 미래 산업>, 2017.01, 삼정KPMG 경제연구원
[2] 사회과학자(social scientist). 1976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학,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MIT에서 사회과학학을 가르치며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3] 연결사회 속의 인간관계 특성 탐색 : 웰니스, 고독, 사회관계 피로의 비교를 중심으로, 정태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4] p31, 도서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5] 통계청, 2016인구주택총조사
[6] 통계청, 2016인구주택총조사
[7] 통계청, 2016인구주택총조사
[8] 현대인의 소통과 고독에 관한 고찰
[9] 내러티브 도구로서의 소품 활용 연구 - 영화 "그녀(her)"를 중심으로
이 글을 쓴 사람들
samantha.lee
이수경 | samantha.lee@kakaobrain.com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치는 세기의 대결을 두 눈으로 목도한 이후 인공지능을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인공지능 본진이자 연구소인 카카오브레인으로 걸어들어온 이유죠. 인공지능 기술과 이로 인해 바뀔 미래 사회를 다루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